일요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2009 서울 오토살롱

 회사가 협력업체들과 연관하여 참가했는데, 어제까지는 안 가고 있다가 오늘 마지막 날인지라 한 번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4일 전시기간 내내 행사장에서 고생했을 직원 위로차 음료수를 사들고 9시 50분쯤에 코엑스에 도착. 행사가 시작해 있을 줄 알았는데, 도착해보니 10시부터 입장이었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목에 카메라를 진 왠지모를 포스를 지닌 사람들이 줄줄이 대기 중. 이미 행사장에 들어가있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스태프 출입증을 목에 꿰차고 들어갔다.
 행사는 에프터 마켓인지라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다. 그래도 막 입장한 관객들 틈에 섞여 행사장을 둘러보는데.... 그 곳에서 아주 깊은 덕심을 느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가진 덕심들. 그것은 멋진 오토바이나 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 주위를 둘러싼 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막 10시를 지난 한가하고 여유로운 주말 오전
코엑스라는 제법 이름있는 전시장의 아직 한적한 상황
여자라고는 참가 업체의 스태프과 관계자가 전부인 남녀성비율 9.5 : 0.5도 안 되어 보이는 상태에서
성별은 only 남자들 수 십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한 명의 레이싱모델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플래시를 터트리는 상황이며,
그 카메라들은 일반 디카는 커녕 작은 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기다란 망원 렌즈들의 비싼 기기들인데다
작은 사다리들까지 동원되어 그 깊은 혼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
다니는 전시장의 여러 곳에서 연출된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행사는 11시를 기점으로 점점 연인들, 가족 관람객들이 늘어났지만 그들의 덕력은 여전했다.

 회사 부스가 이스타 항공 메인 무대 뒤쪽에 있었는데, 그쪽은 모델들의 탈의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곳이다. 자그마한 회사 부스(라기도 참 뭐한 곳)의 바로 몇 발자국 뒤가 바로 모델들이 행거에 걸린 옷을 고르고, 갈아입기 위해 드나드는 문이 있다는 말이다. 아마 오토 살롱에 왔던, 레이싱 모델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어떤 곳인지 짐작하실 거다. (덧붙여 오늘 거기에서 멍때리고 있던 사람이 바로 본인임.)
 난 현실 세계보다 2차원의 여자에게 더 관심이..(야!) 어쨌든 난 그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모델들이 뒤를 왔다갔다 하는 게 별다른 감흥은 없었는데, 모델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부스 근처에서 몇 시간동안 집요하게 서성대는 이들을 보니 좀 묘한 느낌이 들었다. 포즈 잡아줄 때 사진 찍는 거, 연예인마냥 관심을 가져주는 거, 선물 주려고 기다리는 거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옷 고르러 잠깐씩 나왔다가 들어가는 모습까지는 집요하게 사진 찍는 것이 그동안 보아오던 2차원 오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저 정도는 스토커 기질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도 있었으니, 하여튼 색다른 색달랐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점점 사람이 늘어나면서 문이 열리고 모델들이 들락날락할때마다 여러 곳에서 집중되는 시선에 익숙해질 무렵 낯뜨거웠던 일도 생겼다. 오후 1시를 넘어섰나, 2시를 넘어섰나. 그쯤에 이스타항공 메인 무대에서 여러 명의 모델들이 포즈를 잡아 포토타임을 마치고 탈의실로 복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멍때리고 있는 난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모델들이 잠깐 나왔는지 어쨌는지 갑자기 사람들이 회사 부스 앞에 밀어닥쳐 카메라를 들이대는 거다. 부스 앞에 매달려 카메라 찍는 손 수십 개가 불쑥 들이미는데, 앞에 서 있던 나와 직원은 정말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그들의 포스에 밀려 우리는 심각한 방해물이 된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이며 부스 아래로 목을 숙여야했다는 슬픈 일. 아마 어딘가에 나와 회사 사람들의 얼굴이 찍혔을 거다. 아마 사진 확인 하고 욕하면서 교정하든 버리든지 하겠지만, 그저 시선 처리가 음흉한 게 찍히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하여튼 오늘은 2차원 오덕들과는 또 다른 깊이와 내공을 지닌 덕력 소유자들을 보니 오덕의 세계는 정말 깊고 심오하다는 것을 느꼈다.


&

잡 1. 대충 보아하니 '안경 중 체격 > 안경 멸치 > 안경 돼지'였음. 고로 대세는 안경. 그것도 뿔테.

잡 2. 2차원의 여자보다 3차원의 여자가 좋은 점이 하나를 꼽으라면, 직접 선물을 건네고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거?

잡 3. 인기있는 레이싱 모델은 왠만한 연예인급이라는 이야기를 피부로 느꼈다.

잡 4. 그래도 모델들 진짜 고생하더라. 단순히 포즈만 잡는 게 전부가 아니였다.

잡 5. 여친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인 걸 모른 체 집요하게 모델만 찍던 남친분. 솔로부대원 훈련소에 들어오시면 아주 환영해드리겠다.

잡 6. 모델에게 폰카를 들이대며, 안고있는 아들에게 연신 이쁘지?를 연발하신 아버님. 너무 이른 조기 교육은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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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2 11:10 댓글수정 또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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